현직 목사가 성탄절에 하는 일
나름 인류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팬덤인데,
이렇게 주인공에 대한 조명이 부족한
생일이라니 좀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한번 주인공에 집중해서
나름 성대한 생일 축하를 해보기로 결심했다.
자고로 오타쿠들은 예로부터
생일에 제단을 만드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아야세 에리 생일 제단 (출처 : 애니플러스 X @ANIPLUSTV)
제단이라...
참으로 성경적인 울림이 아닌가
우리 믿음의 선조들은 삘받으면 제단을 세우곤 했다.
제단이라면 우리 팬덤이 결코 질 수 없다.
그래!
"예수님 생일 제단을 만들자"
먼저 필요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흠..
일단 예수님 사진이 필요할 것 같았다.
평범한 사진은 좀 그렇다.
위대한 모습으로,
흠승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드는 그런 초상은 없을까?
애초에 예수님 사진을 찾을 방법이 없기에
AI의 도움을 받아보기로 했다.
"AI야! 예배하고 싶어지는 예수님을 그려줘!!"
인류 기술의 발전은 위대했다.
나는 인류의 지혜가 집대성되어 있는
기계가 출력해낸 결과에 고개를 조아릴 수밖에 없었다.
아아..!! 예수여..
또 당신입니까..
나는 AI가 그려낸 예수님의 모습에서 가장
숭배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오는 두 장을 골라내었다.
한 장은 마치 모든 것을 초월한 모습으로
그리스도의 승귀를 나타내는 것 같았다.
반면에 한 장은 세상에서 고락을 함께하며
싸워가는 그리스도의 비하를 나타내는 것 같다.
그럼 이 사진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액자로 만들어야 하나?
브로마이드로 해야 하나?
두 장으로?
아니 그럴 수 없었다.
칼케돈 신조에 의거하여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은
결코 분열되거나 분리될 수 없다.
한 장의 사진 안에 그것을 표현해야 했다.
놀랍게도, 현대의 인쇄술은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나쁘지 않은 만족스러운 물건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크기가 좀 작다.
브로마이드같이 좀 큰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 씹덕의 상징 망토 담요를 만들자.
그런데 예수님 사진은 이미 충분해 보인다.
같은 사진을 걸면 숭배의 의지가 약해질 것 같다.
그러니 좋은 문구를 넣어서 담요를 제작해 보면 어떨까
문구를 통해서 전도를 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나는 백'전도'사니까
멋지다.
전도도 가능한 좋은 문구의 담요가 완성되었다.
이것을 매면 마치 슈퍼맨이 된 것 같은 기분일 것이다.
재질 또한 아주 고급스러워서 겨울에 덮고 있으면
따뜻한 온기가 나를 감싸는 것을 느낀다.
아아... 잊고 있던 예전의 찬송 시가 떠오른다.
"앗 뜨거워 앗 뜨거워 주님의 사랑
그 크신 사랑 태양보다 더 뜨거워"
이후로 머릿속에 스친 생각은 피규어였다.
앗차!
씹덕 피규어들은 있어도
예수님 피규어는 나에게 없었다.
나는 그리스도인 실격 아닌가?
십계명을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스스로를 납득시키면서 방도를 찾기 시작했다.
피규어가 필요하다. 조금이 아닌,
상당한 양의 피규어가
샀다.
아마존에는 정말 참 많은 것들이 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포즈를 한 예수님과
작은 클레이 모형을 한 예수님 50개(벌크)
줄을 세워보니 볼만했다.
나름 제단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저 피규어들도 좀 작았다.
크기가 좀 큰 예수님 형상이 필요했다.
보니까 오타쿠들은 얼굴만 귀엽게 떼서
인형 같은 것을 만들더라
앙상블 스타즈 빅 만쥬 모찌 쿠션(출처 : 인터파크 쇼핑 9290443951)
이런 느낌의 굿즈가 하나 있으면
공간도 확 채울 수 있고
귀여움도 UP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침 딱 맞는 적절한 도안이 있다.
저렇게 둥글둥글하고 귀여운
예수님 얼굴이...!!
귀여워...
점점 모양새가 잡혀가고 있다.
그리고 이런 굿즈들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캔뱃지를 만들기로 했다.
그래도 나름 기존에 그려놓은 짤들이 있어서
그중에 몇 가지를 추려서 뱃지를 만들었다.
(...남은 뱃지들은
나중에 목사 가운에 붙여서
이타가운이나 만들어볼까 생각했다.)
그리고 덕질하면 빼놓을 수 없는
포토카드도 준비했다.
비록 기본 탬플릿으로 만들어서 좀 아쉽지만
그래도 반짝거리는 게 맘에 든다.
그리고 생일 축하의 핵심
케이크까지 준비했다.
예수님도 무척 만족스러운 표정을 하고 계신다.
이제 어느 정도 준비가 다 되었다.
방 한쪽 구석 책장을 이용하여 제단을 만들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책장 위에 올려두려고 하니 좀 가릴 만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교회에서 적당한 보자기를 빌려왔다.
아주 적당하다.
이제 그 위에 제물들을 올려서 내용을 구성하기 시작했다.
포토카드도 벽에 잘 붙이고
케이크와 예수님도 잘 세워두고
뱃지도 가지런히 놓았다.
뭔가 부족해 보여서 조명을 더해보았다.
역시 네온사인의 종교.
아주 효과가 극적이 되었다.
그렇게
제단이 완성되었다.
성탄절은 빛의 절기.
예를 갖춰서 초에 불을 붙이며
이 땅 가운데 빛으로 오신
예수님을 떠올려 본다.
"내 눈이 주의 구원을 보았사오니
이는 만민 앞에 예비하신 것이요
이방을 비추는 빛이요
주의 백성 이스라엘의 영광이니이다"
누가복음 2:3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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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올해의 크리스마스는 잘(?)
마무리를 하였습니다.
처음으로 이런 것을 준비해 보는 터라
아쉬움이 많이 남네요.
크리스마스의 분위기에 따라
트리를 꾸미고 산타와 선물을 기다리는
기쁨을 누리는 것도 물론 좋습니다.
그러나,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이날의 주인공이신 예수님,
이 땅 가운데 사랑과 평화를 위해
오신 예수님을 한 번 떠올려 보면 어떨까요?
하나님께서 주시는 사랑으로 풍성한
2023년 크리스마스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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