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조선)상초(체)충과 하초(체)충이 나뉘는 이유
근육조선은 상체위주파와 하체위주파가 나뉜다.
농담 아니고 진짜다. 각각 상초충과 하초충으로 불리며 각기 '상/하체의 기초를 채우다'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심지어 원역사에서는 위의 사단칠정논변으로 한참 투닥대야할 두 인물,
퇴계 이황과 남명 조식이 상체충과 하체충, 아니 상초충과 하초충으로 나뉘어 입신체비를 양분하고 있다.
이게 정상적인 상황이냐고? 당연히 우리 기준에선 정상이 아니지, 헬창세계관인데...
근데 또 이쪽세계관을 따르자면 골때리게도 진지한 철학적 논쟁이 된다는것이다.
우선 입신체비가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짚어보자.
'부모님이 물려주신 몸을 올곧게 갈고닦아 효도를 한다.'
유교 사상중 효를 중시한, 신체발부 수지부모를 극단화한 사상이다.
그러면 이 과정은 어떻게 진행될까.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1. 부모님이 몸을 물려주셨다.(탄생)
2. 올곧게 갈고 닦는다.(벌크업-커팅 & 무산소 운동)
3. 효도를 한다.(부모님 앞에서 보디빌딩 자랑 & 부모님 업고 동네 한바퀴)
3번이 좀 의문이 들텐데, 신체발부 수지부모는 사실 거기서 끝나는 구절이 아니라,
뒤에 '입신양명'과 '이현부모'가 붙어있다. 이름을 널리 드러내어 부모님을 복되게 해라는 의미이다.
그러니까 대충 학식을 갈고닦은 선비가 관직에 들어서면
반팔한복을 입고 부모님을 들쳐업은뒤 근육을 불끈거리며 동네한바퀴 도는게 국민코스라는 의미이다.
참고로 천민에 해당하는 노비도 여유가 된다면 입신체비를 하게 한다.
이 경우에는 부모님도 면천을 시키고, 노비 주인에게도 보상을 주는 상시퀘스트같은 개념이다.
양민이 된 부모님을 근육짱짱한 김석금이가 업고 동네자랑을 하는것이 참효도로서
선비들이 이를 보고 감동받아 눈물을 흘렸으나 이는 근손실이라며 운동을 더 하게 만드는 그런 거시기다.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입신체비에는 근육을 가꾸는것 뿐만 아니라 근육을 자랑하는것 또한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건강도 챙기고 효도도 하는 이 바람직한 사상이 대체 왜 두개로 나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작중에서 상초충의 수장인 퇴계 이황은 이렇게 말한다.
"입신체비는 효를 드러내기 위함이니, 눈에 띄고 잘 드러나는 부분을 단련함이 마땅하다. 두툼한 대흉근과 널찍한 등판이야말로 깊은 학식의 상징이 아니겠느냐."
물론 2부의 주인공은 '이게 무슨 헛소리여, 그러면 님 반대편이라는 남명 어르신은 뭐 드러내지 않는 효도가 진심이니 하체를 단련하나?' 라고 생각하는데
정말로 그랬다.
남명 조식은 겸허함을 갖추기 위해 스스로 벤치프레스를 100근(64kg쯤) 이상은 들지 않았으며, 하체 위주로 지독히 단련해냈다.
남명 본인이 작중에서 한 말은 없지만 하초충의 논리를 정리하자면
'효도는 부모님을 위해 하는것이지 남들에게 자랑하기 위하여 하는것이 아니며, 겸손함을 갖추고 잘 드러나지 않는 몸의 기반, 하체를 단련해야 한다.'가 되겠다.
그러니까 이를 다시금 정리하면 이렇게 된다.
"스스로 효도를 다하며 이를 드러내고 알림이 마땅하다" vs "효도는 남 보여주려고 하는게 아니니 겸손하게 정진하라"
물론 작중에서는 심도있는 철학적 담론은 생략하고 상체운동 vs 하체운동의 라이벌 구도를 잡아 독자들의 이목을 끌었지만,
이 위의 정리에서 '효도'를 '선행'으로 치환해보면 이게 상상 이상으로 첨예해질 수 있는 대립이 됨을 알 수 있다.
"선행을 마땅히 행하고 남들에게 알려 모범이 되어야 한다"
vs
"남에게 보이기 위한 선행은 참된 선행이 아니니 스스로 바르게 살아야 한다"
과연 어느쪽이 옳을까?
구글 검색창에 '팬클럽 성금'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성금 기부를 통해 선행을 하면서 팬들이 아끼는 스타를 홍보하는 바람직한 문화를 볼 수 있다.
반면 '익명의 기부자'로 검색해도 막대한 액수를 기부하는 사람이 '선행이 다른 의도로 보이지 않도록'하는 뜻에서 자신을 밝히지 않는 것도 볼 수 있다.
어느쪽이 옳다, 어느쪽이 그르다고 할 수는 없다. 분명 둘 다 선행이 맞다.
하지만 분명히 위의 두 주장 또한 서로 대비되고 있다.
이제 상체빌런과 하체빌런이 실질적으로 다루는 철학적인 대립을 놓고 글을 마치려 한다.
"본성이 선하지 않은 자일지라도 타인에게 인정받고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악행을 지양하고 꾸준히 선행을 행하면 그것이 선인이다."
vs
"본성이 선하지 않은 이가 위선을 행함은 근본적으로 선행이 될 수 없으며, 외부의 영향 없이 스스로 선인이 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이 중 무엇이 정답일까?
댓글